아나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1월입니다. 그녀는 지로나에서 진행된 트레이닝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. 신청서에 자신을 홀보듬엄마로 1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클링 경력을 지녔다고 설명하고,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앞두고 9살 딸인 루비(Ruby)와 리스본에서 중고 자전거를 한 대씩 구매했다고 했습니다. 청바지와 하이킹 부츠 차림의 꾀죄죄한 모녀가 투박한 일상용 자전거 두 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.
다음 여름에는 트랜스애틀랜틱웨이 레이스(TransAtlanticWay Race)에 남자친구와 참여한다고 하더군요. 의욕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았지만 아나의 열정과 그녀의 이야기에 어느새 마음이 끌렸습니다. 그녀는 경주마 조교 담당 기수로 근무하며 틈이 나는 대로 자전거를 타고, 하교 시간에 맞춰 루비를 데려올 수 있도록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으며 라이드를 마무리하는 ‘막바지 엄마 타임 트라이얼’에 익숙하다고 했습니다.
첫째 날 같이 라이드에 나섰습니다. 30분 후 첫 번째 긴 클라임을 오르는 동안 페이스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. 그녀의 쉼 없는 수다도 변함없었지요. 사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. 가파른 경사를 멈추지 않고 오르기 위해 거친 숨소리를 감추며 이따금 힘겹게 짤막한 추임새를 내뱉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. 아나는 자전거, 말, 남자친구, 딸, 다른 가족 구성원 및 갑자기 뇌리를 스친 주제에 관해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. 베살루의 한 커피숍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그녀 몫까지 제가 지불했습니다.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이곳에 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거든요. 아나는 아일랜드를 달리다 마주친다면 갚겠다고 말했습니다. 하지만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 건 다음 가을이었습니다. 아나와 가장 가까운 도시는 첼튼엄인데, 트위터에서 제가 그곳을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선 지금이야말로 빚진 커피를 꼭 갚아야겠다며 연락을 해왔거든요.